마가복음 9:1-8, “예수님의 변형과 제자들”
오늘은 교회력으로 변모주일입니다. 변모주일은 예수님께서 한 높은 산 꼭대기에 올라가셨을 때 그 모습이, 광명한 빛을 내는 모습으로 바뀐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변모주일은 사순절이 시작하기 전에 있는 주일입니다. 사순절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기 전에 걸으셨던 고난의 길을 기억하며 동참하는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고난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것은 죄의 통치를 받고 있는 이 땅에, 하나님의 구원이 이루어지는 하나님 나라를 이 땅 위에 이루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 말씀 1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자신의 죽으심과 부활을 예고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여기 서 있는 사람중에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 하십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시는 하나님의 나라의 권능은,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 나라의 권능은, 바로 예수님께서 고난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을 통해서 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지금 그 길을 가시고자 준비하시는 것입니다.
그 말씀을 하신 며칠 후, 예수님은 느닷없이 당신의 제자 몇명을 데리시고 높은 산으로 등산을 하십니다. 예수님이 산에 오르신 이유는 운동이나 기분 전환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도 십자가의 고난의 길을 준비하지만,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할 제자들에게도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자신이 가셔야 할 길을 잘 알고 계셨지만, 제자들은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볼 때, 예수님보다 제자들이 당할 혼란과 고통이 더한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당신의 고난의 길을 접어들기 전에, 제자들에게도 그들이 경험할 혼란과 고통의 길에 꼭 필요한 것들을 산 꼭대기에서 보여 주시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고난과 죽음의 길을 가시기 전, 제자들에게 보여 주시고자 하신 믿음의 내용들을 확인하면서, 어떤 믿음의 모습으로 이 사순절을 지내야 할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보여 주십니다.
1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들 앞에서 말씀하시기를, “여기 서 있는 사람들 중에는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그 말씀 이후 며칠 후에, 예수님은 제자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시고 높은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세 제자들은 감당할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을 그 산꼭대기에서 보게 됩니다.
먼저, 예수님의 모습이 변형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빛을 발하는 존재로 바뀌셨습니다. 심지어 그가 입으신 그 옷에서도 광채가 나는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희게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희어졌다고 했습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그들 눈앞에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대화를 합니다. 엘리야와 모세는 구약시대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선지자요, 지도자입니다. 그들은 오래 전에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로 옮겨간 신앙의 위인들입니다.
지금 제자들의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비록 산 꼭대기에서 경험하고 있지만, 그것은 땅의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늘나라의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모습도 이 땅에서의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서의 모습으로 바뀐 것입니다. 세상에서 빨래하는 사람이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희어졌다는 표현은 예수님의 변하신 모습이 이 세상의 모습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모습임을 말하는 것입니다. 엘리야와 모세도 이 땅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하늘나라에 속한 사람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보여 주시는 것은, 장차 그들 앞에 나타날 하나님 나라의 영광의 모습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 산 꼭대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로 하나님 나라의 확신을 가지도록 이끄신 것입니다. 이 땅에서 살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그 나라의 임재를 위해서 살아가는 제자들로 살아가기를 예수님은 원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 부활의 사건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믿고 나아가기를 바라셨던 것입니다.
세 제자들이 이러한 황홀한 광경을 보고 어쩔 줄 몰라하는데, 그 중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구합니다.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셋을 짓겠습니다. 하나는 주를 위해, 하나는 모세를 위해,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짓겠습니다.” 베드로는 산위에서 펼쳐진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면서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곳을 떠나지 말고, 초막을 짓고서 머물러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그 말씀을 들으신 후에 어떠한 대꾸도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제자들과 함께 그 산에서 내려 오십니다.
예수님께서 누리실 하나님 나라의 영광은 그 산꼭대기에 머물러 있는다고 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리어 예수님께서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 땅 밑으로 내려가셔야 했습니다. 높은 산 위에 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땅으로 내려 오셔서 이 땅에서 자신의 맡겨지신 일을 감당할 때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맡겨지신 일은, 고난과 죽음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엘리야와 모세와 대화를 하셨다고 했습니다. 누가복음 9:31절에 보면 그 대화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영광 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씀할새”라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별세, 고난과 죽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영광은 산에 집짓고 있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직접 내려 가셔서 고난을 받고,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서 이 땅의 죄값을 치르시고, 이 땅을 잡고 있던 죄와 죽음의 세력을 물리치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 부활을 보면서 제자들이 가져야 할 소망은 하나님의 영광된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순절을 지내는 저와 여러분들이 가져야 할 소망이기도 합니다. 주님과 고난과 죽음으로 이루신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가정과 교회와 이 땅 가운데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입니다.
2. 그리고 예수님은 당신의 변모사건을 통해서 당신이 어떠한 분인지를 확실히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은 이 산에 올라오시기 전에, 빌립보 가이사랴에서 제자들에게 물으셨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리고 제자들에게도 물으십니다.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 하느냐?”
예수님이 십자가의 길을 준비하시면서 확인하시고자 하셨던 것은, 제자들이 자신을 바로 알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질문에 베드로가 나와서 “주는 그리스도이시니이다.”라고 말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께서 자신들을 구원하실 구세주로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에, 당신의 정체를 제자들에게 확증해 주십니다. 당신이 “그리스도시요,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말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변형된 모습을 보며, 엘리야와 모세의 출현을 보면서 두렵고 황홀해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어 하는데, 마침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습니다. 그리고 구름속에서 소리가 납니다.
이러한 모습은 하나님께서 임재하실 때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에서 하나님을 볼 때에도 구름이 동반되었습니다. 광야에서 성막을 지어서 봉헌할 때에도, 또한 솔로몬이 하나님의 성전을 다 짓고 봉헌할 때에도 하나님의 임재는 구름을 통해서 나타났습니다.
그러한 하나님께서, 이제 구름 가운데 제자들에게 말씀해 주십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예수께서 자신의 사랑하는 아들이고, 또한 사람들을 구원할 그리스도, 구세주임을 확증해 주셨습니다.
자신들이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자신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원하셨습니다.
특별히, 예수님께서 장차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당하실 때에도, 그 믿음이 지속되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구세주가 아닌 것처럼 보이고, 하나님의 아들이 아닌 것처럼 보여지는 그 순간에도, 예수님은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임을 굳건히 믿고 살아가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로마 병정에게 잡히시고 비참한 모습으로 심문을 당하실 때에도, 예수님은 존귀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고백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예수님을 보면서 주님은 나를 구원하실 그리스도임을 흔들리지 말고 믿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예수님이 병정에게 잡히셔서 당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이 구세주답지 못하고, 하나님의 아들답지 못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고만 있으신 예수님, 조롱하면 조롱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으며 박혀야만 하는 예수님을 베드로가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극기야 베드로는 자신이 예수님과 같은 일행이 아니냐고 묻는 여자종의 물음에,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고 부인합니다.
예수님이 나의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믿음은, 예수님이 그리스도가 아니신 것 같고,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신 것처럼 보일 때에 더욱 굳건하게 붙잡고 있어야 합니다. 때로 우리가 고난과 어려움 가운데 있을 때, 그리고 주님을 믿는 믿음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 같을 때에,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에도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굳건하게 설 수 있기를 주님께서는 원하시고, 그것이 기독교인의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어떠한 상황 가운데서도, “나를 구원하시는 그리스도시요, 존귀하신 하나님의 아들”이신 줄 믿습니다.
3. 이제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것이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들으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구름속에서 제자들을 향해, 예수는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확증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그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고 명령하십니다..
과거 역사로 보면, 이스라엘은 자신들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나님으로부터 보냄받은 여러 구세주를 경험했습니다.
모세를 통해서 애굽에서 구원받았습니다. 사사들을 통해서 이방 사람들의 억압으로부터 구원받았습니다. 다윗왕과 같은 강력한 왕을 통해서 이스라엘은 적들로부터 구원받았을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경지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다른 구원자들과 다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로서 온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오신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요, 구세주임을 믿는 제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때에,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그리고 우리에게 권능으로 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미 산에 오르시기 전에, 당신의 고난과 죽음을 예고하시면서 제자들이 들어야 할 말씀을 이미 해 주셨습니다.
마가복음 8:34절에,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의 권능이 임하게 하시기 위해서 고난과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셔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의 구원의 권능을 나타내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영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도 당신의 길을 따라 올 것을 요구하십니다. 예수님과 같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임하게 하고, 하나님의 영광에 들어갈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나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하나님 나라의 영광과 권능은, 산 꼭대기에 예수님을 모시고 살아가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영광된 자리를 뒤로하고, 산에서 내려와서 예수님의 삶을 살아갈 때 임합니다. 영광된 산 위에서 내려와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로 올라가야 합니다.
마가복음 8:35절에,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는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구원받고,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같이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고난받고 목숨까지 바치면서 살아갈 때인 것입니다.
말씀을 정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장차 하나님의 나라의 권능이 임할 것을 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셔서 세명의 제자들에게 하늘나라의 영광된 모습을 보여 주십니다. 그곳에는 구름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임재가 있었고, 광명한 빛으로 변하신 예수님이 계셨고, 하나님 나라의 사람인 엘리야와 모세도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보여 주셨고, 그 나라를 소망하고, 이루기 위해 살기를 원하셨습니다. 성도들은 이 땅에 이뤄질,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시기 위해, 산 꼭대기에 임한 하나님 나라의 영광에 머물러 있지 않으셨습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실 것을 위해 고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맞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의 권능이 임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네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자”라고 하십니다.
이제 예수님은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기를 소원하시는 것입니다.
간절히 원합니다. 올 해의 사순절의 신앙여정을 통해서,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실 뿐만 아니라,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이 더욱 명확해 지고, 하나님 나라의 임재를 위해서 당해야 할 고난은 능히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예수님과 같이, 영광된 산에서 내려와서,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에 오르는 삶,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권능의 임재를 체험하는 삶이 되시길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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